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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 인터뷰] (인터뷰) 대한수학회 문제출제위원 이지운 KAIST 교수
수학동아 2017.05.24 10:22 조회 1891

 

누가 누구와 카카오톡 친구인지 나타내는 연결망만 보고 엑소 팬인지 아닌지 혹은 게임을 하는지 안하는지를 알 수 있을까? KAIST 이지운 교수가 연구하는 ‘랜덤행렬이론’을 이용하면 구분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국내 몇 안 되는 수리물리학자로,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 한 가지에만 몰두할 수 없다는 이 교수를 먼지 한 톨 없이 너무나도 깨끗한 이지운 교수 연구실에서 만났다.

 

“수학과 물리학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 걸쳐 있고 싶어요.” 아인슈타인 급이라면 물리학계와 수학계 양쪽에서 서로 끌어가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양쪽 모두에게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게 수리물리학자라고 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좋아하는 두 학문을 다 잡기 위해 수리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랜덤행렬이론’이라는 수리물리학에 기초를 둔 확률이론에 몰두하고 있다. “행렬에다가 숫자를 랜덤, 즉 무작위로 적어 넣고 고윳값을 구했을 때 이 고윳값이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 연구하는 거예요. 여기서 고윳값이란 행렬에 벡터 연산을 했을 때 그 크기가 몇 배 늘어났는지 알려주는 값이에요. 이때 벡터의 방향은 바뀌지 않아야 하지요. 많이 어렵죠?”  

그런데 이 분포에는 재미있는 점이 많다고 한다. “처음에 숫자를 어떻게 넣어도 조건 몇 개만 맞춰주면 다 똑같은 분포가 그려지거든요. 또 원자핵의 에너지 분포와 리만가설이 옳다는 가정 아래 구한 해의 분포가 이 랜덤행렬의 고윳값 분포와 통계적으로 같아요. 이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어떤 현상과 랜덤행렬의 고윳값 분포가 같은지 알아내는 연구를 합니다.”

 

^ 199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첫째날 시험 보기 직전에 찰칵!

 

수학은 내 운명! 어린 시절 이 교수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하지만 운명처럼 수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책 읽기를 매우 좋아했어요.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집 근처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 책이나 읽었어요. 수학책의 경우에는 개념을 따라 문제를 풀었어요. 나중에는 3~4년 위의 학년 수학 문제집도 사다 풀고, 교육방송도 보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 수학은 자연스럽게 잘했어요. 그래도 항상 관심이 가는 건 물리였어요. 물리책이나 과학자의 위인전을 보면서 막연하게 물리학자를 꿈꿨어요.” 중학교 3학년 시절 전국 중·고등학교 수학, 과학경시대회를 앞두고 이 교수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 벌어졌다. 수학과 물리 둘 다 학교 대표로 선발됐지만 대회 일정이 겹쳐서 둘 중 하나만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더 잘하는 수학으로 출전했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물리학자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대학에서 물리학을 주 전공으로, 수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했다. “처음부터 두 학문 모두 전공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수학보다는 물리학이 더 좋았어요. 앞으로 물리를 공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왜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했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학과 물리학 모두 박사과정으로 지원했지만 물리 쪽은 다 떨어졌거든요. 하하.” 이 교수는 꿈과 희망을 꺾는 대답이라며 멋쩍어 했다. 하지만 기자는 딴 세상 사람인 줄 알았던 이 교수가 실패의 쓴 맛을 봤다고 하니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교수에게 수학은 애증의 관계라고 한다. 문제가 너무 안 풀려서 고통스럽다나. 그는 문제를 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보다도 논문 뒤쪽을 가득 메우는 계산이 힘들다고 밝혔다. 보통 부등식을 풀어야 증명이 끝나는데,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조정리 하나만 증명하면 되는 시점이 와요. 그때쯤 되면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식을 전개할 수 있어요. 문제는 2~3달 동안 같은 것만 계속 생각했기 때문에 관성에 의해서 어떤 일을 해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 재앙이 닥친다는 겁니다. 샤워를 할때도 운전을 할 때도 머리는 계속 부등식 문제를 푸는 것이죠. 그래서 이때 잠깐 쉬기 위해서 집중할 새로운 대상을 찾아요. 그게 저에겐 컴퓨터 게임이지요. 요즘은 ‘하스스톤’이라는 카드게임을 하면서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요.” 게임만 하기엔 재밌는 게 너무 많아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한 이 교수는 대학원생 때까지는 한 시간 이상 게임을 즐겼지만, 교수가 된 다음에는 너무 많이 하면 죄를 짓는 것 같아 하루에 20~30분 정도 한다. “한 게임에 꽂히면 그 게임만 하루 종일 하는 들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그렇게는 못 해요.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스포츠 중계도 보고, 다양하게 즐겨야 하거든요. 저는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미식축구 등 TV에서 중계해 주는 모든 방송을 봅니다. 실제로 모두 재미있어요.”  

^ 미국 하버드대학교 졸업사진.

누가 좋은 수학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수학에 재능이 없어서 수학자의 꿈을 포기한다는 학생이 있는데,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학창시절 때는 5분 생각해서 푸는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수학을 잘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같은 경우에는 1시간 생각해서 푸는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낸다. 하지만 이들이 꼭 좋은 수학자가 되는 건 아니다. 좋은 수학자는 6개월 이상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다. “이해력이 좋다고 꼭 훌륭한 수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에요. 물론 수학자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아마 남들보다 빨리 박사 학위를 받을 거예요. 하지만 수학자는 아무도 못 푼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건 이해력과는 다른 문제거든요. 따라서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수학을 좋아한다면 포기하지 말고 꼭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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